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품 갤럭시 Z8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가격 급등이 수익성을 압박한 결과다.
MX 사업부, 3분기 최대 3조원 적자 예상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한 수치로,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증권가에서는 MX·네트워크 사업부가 1조~2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DS(반도체) 부문이 1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MX·네트워크 사업부는 1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2조9820억원, SK증권은 1조4000억원, 하나증권은 1조3000억원, 교보증권은 1조1500억원의 적자를 각각 추정했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7000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매출 증가에도 적자 확대된 이유
증권가는 3분기 MX·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이 35조원 안팎으로 전 분기(33조2000억원)보다 늘었을 것으로 본다. 8월 초 출시된 갤럭시 Z8 시리즈가 국내 사전판매 144만대를 기록하며 역대 갤럭시 최다 사전판매 기록을 세운 덕분이다. 그러나 매출 증가에도 적자 폭은 오히려 커졌다.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압박이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바일용 메모리 구매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211% 올랐지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약 7% 오르는 데 그쳤다. 판매 가격 상승 폭이 원가 상승 폭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Z 폴드8 등 신제품 흥행에 힘입어 올해 3분기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가 상승분의 전가가 제한되면서 영업적자 폭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 지속, 내년 전망도 불투명
메모리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은 MX 사업부에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바일 D램의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된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볼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의 경우 앞선 분기에 큰 폭의 인상이 이미 반영돼 4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되 그 폭은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기업이 고마진 서버용 메모리로 생산 능력을 옮겨 모바일 D램 공급이 부족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응해 생산을 줄여 수요도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메모리와 달리 모바일 D램과 낸드 가격의 상승 속도는 하반기 들어 급속하게 둔화되고 있다”며 “스마트폰 수익성의 추가 악화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증권사는 내년에도 MX·네트워크 사업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수익성의 추가 악화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한 삼성증권도 내년에 14조2000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포화와 교체 주기 장기화, 혁신이 관건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몇 년 전부터 휴대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포화점에 도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1980~90년대 일본 전자 회사들이 기존 가전에서 더 이상 혁신이 나오지 않아 성장이 멈추며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존 폰들이 워낙 좋은 성능을 갖춘 상태에서 시장이 포화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폰을 바꾸지 않고 오래 갖고 있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혁신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처럼 폴더블이나 대화면 같은 디스플레이 변화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흡입력이 약하다.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